하동에서 1박 2일, 벚꽃 여행을 기록합니다.
하동의 벚꽃 여행은 고즈넉한 정취와 함께 화사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봄 여행 코스 중 하나입니다. 특히 화개장터와 십리벚꽃길은 매년 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벚꽃 명소 중의 명소입니다. 아래에 하동의 대표 벚꽃 명소와 여행동선, 그리고 여행 후의 감상을 감성적으로 기록하였습니다.
1일 차
오전 10:30 정도에 하동에 도착하여 화개장터로 가는 길, 봄 햇살이 따뜻하게 두 사람을 맞아 주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하동역이나 화개면 입구 정도에서 차량을 세우고 화개장터로 향합니다. 화개장터는 단순한 장터가 아닌 옛사람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으로서, 한걸음 한걸음마다 오래된 시간의 이야기가 묻어나며 시장 안에는 직접 만든 유과와 대추, 그리고 꿀차 등의 시골스러운 한 간식들이 가득하고, 사람들의 말투도 느긋해서 마음까지 느슨해집니다. 연인과 손을 꼭 잡고 시장 안 구석구석을 천천히 걸어보고 화개장터의 입구에 있는 오래된 나무 간판 앞에서 사진도 한 장 남겨 보았습니다.
오후 12:00에는 화개장터 근처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제철 나물과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잡곡밥이 나오는 시골밥상을 먹으며 평소 바쁜 일상 속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이런 정갈한 밥상은 둘만의 속도를 되찾게 해 주고 말없이 먹더라도,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밥상이 매일이라면 참 좋겠다는 말 한마디가 서로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며...
오후 1:30 정도에는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십리벚꽃길로 향합니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지는 벚꽃길은 국내에서도 매우 유명한 벚꽃 명소 중의 하나입니다. 길가의 양옆으로 줄지어선 왕벚나무들이 활짝 피어 하늘을 덮고, 바람이라도 불면 꽃비가 흩날리는 동화 속의 그 풍경을 함께 걷는 순간은, 두고두고 멋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마음에 남습니다.
십리벚꽃길에서 벚꽃 잎을 맞으며 산책을 하면 조용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차로 천천히 달리면 차창 너머로 흐르는 풍경이 영화처럼 흘러갑니다.
오후 3:00 정도에는 벚꽃길의 끝자락의 고즈넉한 절, 쌍계사가 있습니다. 쌍계사는 봄이면 사찰 입구까지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매우 고요하면서도 화려한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돌계단을 따라서 걷다 보면, 서로의 발걸음 소리마저도 정겹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봄바람과 꽃잎을 함께 느끼고 사찰 안의 작은 종각에서 소원을 담아 종을 울려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됩니다.
오후 5:30에는 하동의 전통 한옥 숙소에서 기와지붕과 나무 문,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 피어난 벚꽃나무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따뜻한 온돌방이 몸을 풀어주고, 창을 열면 벚꽃나무 가지가 그림처럼 보이는 자리에 앉아 마시는 차 한 잔은 그 어떤 커피숍보다도 로맨틱합니다. 조용한 마당에서 함께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야경 속의 벚꽃나무 아래서 사진 한 장 남기는 그 순간은 필터가 필요 없는 순간입니다.
2일 차
오전 8:3 정도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정갈한 아침 한식으로 따뜻한 국과 밥, 그리고 봄날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두 사람 모두 말수가 적은 아침이라도, 조용히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가 사랑이라고 느낍니다.
오전 10:00 정도에 섬진강 벚꽃길에서 섬진강을 따라서 흐드러진 벚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진 길을 걷다 보면, 그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지고 섬진강의 철교 위에서 벚꽃과 함께, 그리고 물가에 나란히 앉은 자연스러운 뒷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그 순간은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뿌듯한 마음까지 생겨나게 합니다.
오전 11:30에는 하동 차문화센터에 방문하여 따뜻한 녹차를 마시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느낍니다.
녹차 다도를 체험하며 차를 우려내는 시간조차도 둘만의 대화로 가득 채워 전통 찻잔에 담긴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따뜻한 마음까지 느끼며 그 순간의 여유를 즐깁니다.
오후 1:00에는 돌아가기 전의 마지막 식사로 섬진강 재첩이 듬뿍 들어간 재첩비빔밥을 먹으며 봄의 맛을 입안 가득 전하고 이별이 아쉬운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줍니다.
오후 2:00 정도에는 북천역 근처의 봄꽃 단지에서 기찻길의 옆으로 유채꽃이 만발한 풍경을 바라보며 벚꽃과는 또 다른 느낌의 봄을 선물해 줍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걷으며 언젠가, 하동에 다시 오자 다짐 합니다.
여행 후의 감상
하동의 벚꽃길을 걸으며,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바람 소리와 발끝에 스치는 햇살,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까지도 괜히 특별하게 느껴지고 십리벚꽃길을 걷는 동안에는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꽃잎들이 마치 우리를 위해서 준비된 축복처럼 느껴졌으며 말없이 나란히 걷는 그 순간조차도 말보다 더 진한 감정이 전해졌습니다. 쌍계사의 앞에서 마주한 고요한 풍경 속에는 봄의 설렘과 함께 오래된 시간의 여유가 흘러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우 아름다운 시간이란 걸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동의 벚꽃은 단지 예쁜 꽃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느끼게 해주는 작고 고운 신호 같았습니다. 함께한 사람과 나눈 미소, 그리고 눈을 마주치며 웃던 그 순간이 벚꽃보다 더 눈부셨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스치는 마지막 벚꽃나무를 보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봄과 이 꽃, 그리고 이 순간.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을 사랑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