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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 오동도, 수산 시장, 향일암, 낭만포차

by solacesong 2025. 3. 27.

여수의 가을 풍경
직접 촬영한 11월의 여수 사진입니다.

 

여수 여행 : 바다와 낙엽 사이, 느리게 걷는 여수에서의 하루

가을은 바람의 속도로 찾아왔고 저를 여수를 데려왔습니다. 바다는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가을의 여수는 조금 다르게 더 따뜻하고, 더 고요하고, 더 감성적으로 느껴집니다.  여수의 가을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조용히 곁에 앉아 나직이 말을 겁니다. 아래에 느리게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여수의 여행을 기록합니다.

 

1. 오동도 : 낙엽 소리와 파도 소리가 겹치는 곳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오동도, 오동도는 여수엑스포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여수에 왔다면 누구나 한 번은 들러야 할 곳으로 가을에 걷는 오동도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섬까지 이어진 방파제를 걷는 동안, 바람이 머리를 쓸고 지나가고 바다의 내음이 섞인 가을바람은 짭짤하고도 차분했습니다.

오동도 안으로 들어서면 동백나무와 대나무 숲 사이로 낙엽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는데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가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서 마치 자연의 악보 같았습니다. 등대까지의 산책길은 30~40분 정도로 조금 걸으니 나무 사이로 등대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등대의 아래 벤치에 앉아서 바라본 여수 바다는, 여름의 푸르름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빛이었습니다. 그런 바다를 바라보다 보니 마음 한편에 남겨뒀던 고민들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가을빛이 깃든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오동도 여행의  TIP]
• 오동도의 카페거리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후 낙엽길을 걸어보세요.
• 낙엽 위를 걷기 좋은 운동화를 추천합니다.
• 오전에 방문하면 사람도 적고 고요한 바다의 소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2. 여수수산시장 : 가을엔 전어, 그리고 갓김치


오동도에서 나와 향한 곳은 여수수산시장.

시장에 들어서면 활기가 가득한데 언제나 이곳은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특히 여수의 시장은 바다와 연결된 그 자체입니다. 통통하게 살 오른 전어, 제철 돌문어, 알이 꽉 찬 꽃게들이 좌판 위에서 생생하게 숨 쉬고 있었다.

‘전어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처럼, 가을엔 전어의 계절로 회, 구이, 무침까지 다채롭게 즐길 수 있고, 특히 노릇하게 구워져서 나온 전어 한 점에 여수의 대표 음식인 갓김치를 함께 먹으면 그 조화가 기가 막힙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 모금까지 마시면 그 순간만큼은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사투리 섞인 대화와 주인아주머니의 투박한 손길, 그리고 바닷바람까지 모두가 여수의 맛으로 느껴졌습니다.

 

[수산시장 TIP]
• 오전 11시~12시 사이가 제일 신선하고 한산합니다.
• 내부의 식당 대부분이 현금을 더 선호합니다.
• 갓김치는 맛을 보고 구입 가능하며 500g 정도의 소포장도 가능합니다.

3. 향일암 : 여수의 노을은 여기서 완성된다


여수의 오후는 향일암으로 향했습니다. 돌산도로 이어진 길을 따라서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면 산 중턱에 자리한 향일암에 도착하는데 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 계단길이 조금 가파르지만 올라가는 길 자체도 여행이 됩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예쁘고 기와지붕 사이로 보이는 남해는 한 폭의 동양화 같았습니다.

절벽 위에 자리한 사찰, 향일암은 ‘해를 바라보는 암자’라는 이름처럼 해넘이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절벽의 아래로 햇살이 붉게 스며들 때, 바다도 함께 물듭니다. 그렇게 하루의 끝에서 바다와 태양이 포옹할 때, 저는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한 풍경... 내 안의 무언가가 조용히 정돈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향일암 TIP]
• 입장 마감은 계절에 따라서 다르니 오후 4시 전에 입장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계단길이 많고 미끄러울 수 있어서 운동화는 필수입니다.
• 근처의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4. 낭만포차거리 : 여수의 밤은 이렇게 깊어진다


여수 밤바다는 유명하지만, 직접 마주하면 그 낭만이 더 실감 납니다. 해가 지고 난 후 여수 하면 빠질 수 없는 낭만포차거리는 줄지어 선 포장마차들 사이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어깨를 부딪히며 웃는 소리가 밤공기를 데웠습니다. 포차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갓김치 삼합과 해물라면을 주문했는데 따끈한 국물과 매콤한 갓김치의 조화는 ‘여수의 맛’ 그 자체였습니다.

그 순간, 길거리 가수의 통기타 소리에 귀가 멈췄는데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익숙한 멜로디에 포차 안 모두가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웃었고 이방인도, 여행자도 모두 친구가 되는 여수의 밤은 그렇게 사람을 품습니다.

 

[낭만포차 TIP]
• 6시 전 도착해야 웨이팅을 피할 수 있습니다.
• 바다 바람이 쌀쌀하니 꼭 외투를  챙겨야 합니다.
• 메뉴는 대부분 2~3인을 기준으로 합니다.

여수,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계절

여수에는 바다보다 더 넓은 감성이 있고, 파도보다 부드러운 온기가 있습니다.
혼자 걷기에도, 함께 걸어도 좋은 계절, 매년 가을이 깊어갈수록, 여수가 더 그리워집니다.